다즐링 O.P. 2013. 2. 22. 18:37


인도의 한 시골 마을에 있었을 때였다. 환상적인 유적지나 사원 같은 곳이 없는 작은 마을이었다. 초등학교 운동장만한 마을의 풍경은 금세 질렸다. 질려버린 마을에서 나와 혼자 걸었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마을 경계에 도착했다. 도로 하나 없이 지평선처럼 펼쳐진 곳이었다. 두 눈으로 담기에 넓은 그곳에는 질기디 질긴 생명의 흔적이 있었다. 이파리가 거의 떨어지고 휘청한 가지만 있던 깊은 주름이 패인 나무, 선인장처럼 가시돋힌 잎으로 살아가던 알로에 빛깔의 이름모름 풀, 행여나 먹을 것이 있나 모래밭을 뒤지는 까만 벌레들 -  그리고 무덤이 있었다. 


높이 70센티 너비 20센티 정도되는 그 무덤에서 필자가 알아낸 것은 - 그 사람이 1995년 8월 31일 사망하였고, 이슬람교도라는것 뿐이었다. 아마 이 무덤을 보지 않았더라면 필자는 무덤에 묻히기 전까지 이 사람과 같은 지구에서 살았던 것을 몰랐을 것이다. 어디 이사람 뿐이겠는가. 70억이라는 상상도 안되는 숫자에서 필자가 알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내 테두리에서 벗어나는 사람에게는 관심없이 살았었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오늘도 필자와 당신이 모르는 수많은 사람이 같은 행성, 같은 대륙, 같은 나라, 같은 도시에서 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