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인도는 울퉁불퉁하다.

다즐링 O.P. 2013. 4. 26. 20:34

 


인도는 울퉁불퉁하다

저자
정호영 지음
출판사
한스컨텐츠 | 2011-01-21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우리가 상상하는 인도는 그 어디에도 없다!가난한 성자와 구도자의...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인도 - 이 단어를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들까?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도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자.

 

 

012345

 

 

타즈마할, 카레, IT 산업의 메카, 카스트, 힌두교, 배낭 여행의 로망, 요가와 명상 등등. 인도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위와 같을 것이다. 그리고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도는 무엇인가 신비로운 나라, 명상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인도의 이국적인 풍경에 여행자들은 쉽게 감동하고, 여행지에서 겪는 사소한 불편 쯤은 '내면의 평화'를 얻기 위한 시련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인도를 떠날 때, 아름다운 추억 만을 간직한 채 한국으로 돌아간다. (이 추억은 더 아름답게 포장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될 것이다.) 이 인식은 초보 여행자들에게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다. 한국 작가들이 써 놓은 인도 여행기들 역시 비슷한 내용으로 지면을 채우고 있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인도의 이미지는 위에 나온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심지어 인도 관광청의 슬로건 역시 Incredible India 아니던가.) 하지만 앞으로 인도를 여행할 예정인 사람이든, 인도를 여행한 후에 인도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든 지금부터 소개할 책에 주목했으면 한다.

Let's 주목!! 

책의 제목은 <인도는 울퉁불퉁하다>. 인도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저자가 인도에 대해서 쓴 책이다. 저자는 사회학도 답게 정치, 경제 등 현실적인 부분에서 인도에 대해 접근한다. 특히 지금 인도 정치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인도 공산당과 인도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카스트 제도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돋보인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 

우선 카스트 제도.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계급 외 사람들로 구성된 카스트는 이제까지 인도에서 통용되던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에서 조선 시대까지 통용됐던 신분제도를 생각하면 되겠다. 다만 카스트는 힌두교내에서 작동하는 신분제로, 전생의 업보에 따라 정해진다고 한다.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고, 근대화를 이룩하면서 카스트 제도는 모습을 감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카스트 제도는 지금도 인도인의 정신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카스트 제도와 관련된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각 카스트에 맞는 직업은 정해져 있고, 해당 카스트에 속한 사람들은 그 직업에 종사해야만 한다. 하위 카스트에 속한 직업 중에 빨래꾼이 있다. 그들은 카스트가 정립된 이래로 계속 빨래만 해왔다. 지금 빨래 하고 있는 이들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마우스 휠을 쥐나게 돌려서 나오는 조상들까지 빨래를 했었다. 그리고 상위 카스트에 속한 사람이 하위 카스트에 속한 사람과 결혼하게 되면 상위 카스트의 사람은 신분이 하위 카스트로 내려가게 된다. 덕분에 상위 카스트에 속한 사람이 하위 카스트와 사랑에 빠지면 자동스럽게 인도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한 편 나오게 된다. 또, 상위 카스트에 속한 사람이 하위 카스트에 속한 사람과 접촉하게 되면 상위 카스트가 오염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하위 카스트에 속한 사람들은 사원 출입도 제한 됐다고 한다. 

 

저자는 카스트 제도에 대해 비판하면서 3명의 인물을 소개한다. 간디, 비베카난다, 암베드카르가 그들이다. 워낙에 유명한 간디를 제외하고 뒤에 나온 2 사람은 누굴일까? 그리고 이중에서 카스트 제도 철폐를 주장한 사람은 누구일까? 

 


정답은 비베카난다암베드카르다.

 

 

비베카난다는 인도의 종교 지도자로 카스트가 아닌, 노동으로 사람을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던 사람이다. 그리고 암베드카르는 인도의 헌법을 만들었고, 카스트 제도 철폐를 위한 운동을 했던 사람이다. 참고로 간디는 카스트 제도 유지를 주장하였고, 이를 위해 단식까지 했던 사람이다. 간디가 카스트 제도에 대해서 했던 말을 몇 가지 읽어보자. 

[불가촉천민은 모든 사원에 들어간 권리가 있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다는 것인가? 카스트와 카르마의 법칙이 힌두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한, 모든 힌두가 모든 사원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다.]

[나는 카스트가 인생의 법칙이라고 믿는다. 만약 내가 하리잔(불가촉천민을 부르는 간디식 표현)이라면 내 아들이 청소부를 하는 것을 나는 찬성한다.]

[힌두 신앙에 의하면 카스트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 직업을 갖는 것은 스스로에게 폭력을 범하는 것이다]

[해가 갈수록 카스트는 인간 존재의 법칙이며, 힌두교 뿐만 아니라 기독교와 이슬람교에게도 적용해야 할 법칙이라고 생각된다.]

[수드라(불가촉천민)는 종교적인 의무로서 상위 카스트만을 섬기며 어떠한 재산도 소유해서는 안된다.] 

인도 독립을 위해 평화 시위를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간디 - 저자는 그런 간디가 카스트 제도를 옹호했던 사람이라고 통렬하게 비평하고 있다. 그리고 비베카난다와 암베드카르의 주장을 들어가며 카스트 제도 철폐의 당위성에 대해 주장하고 있다. 물론 카스트 제도가 인도의 종교적 전통이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민주주의 제도를 취하고 있는 나라에서 그런 전통이 지켜지고 있다는 것은 현대의 비극이다.

 

카스트 제도에 이어서 저자는 인도의 정치, 경제에 대한 이야기로 지면을 채웠다.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현재 인도에는 수많은 정당들이 활동하고 있다. 정치가들은 이데올로기보다는 자신의 이득에 따라 정치판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 유권자를 돈으로 매수하거나, 관료들에게 뇌물을 먹이는 행위는 당연 하다시피 이루어지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 독립 후의 정치 상황을 보는 것 같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공산당이 정당의 파벌 중 하나로 인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웨스트뱅골 지역을 예로 들면서 개발도상국에게 공산당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왜 개발도상국에게 공산당이 필요할까? 저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주도하는 계획 경제가 필수다. 마치 우리나라가 박정희 시대에 시행했던 것처럼 계획 경제를 통해야만 인도 같은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계획 경제를 시작하기 전에 뛰어넘어야 할 산이 하나 있다. 바로 모든 국민에게 계획 경제에 참여할 수 있는 동일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토지 개혁을 통해 국민들에게 이 기회를 부여했다. 인도 역시 독립 이후 토지 개혁을 통해 국민들에게 동일한 기회를 부여해야 했다. 하지만 지주들의 의견을 수렴한 반 공산다판 - 간디 등의 주장에 따라 토지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의 인도에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인도의 빈부 격차가 얼마나 심한지 쉽게 짐작 되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전세계 100대 부자의 30% 이상은 인도인이다. 그리고 30%넘는 인도인들은 인도 물가로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삶을 살고 있다. (하루 식비 = 100루피 = 약 3000원)

 

다음으로 이어지는 인도의 정치에 관한 이야기는 인도 경제에 관한 이야기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에 관해서는 경제가 정치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부패에 사용되는 돈을 음성 경제로 인정한다면 말이다. 그 금액은 미국의 정치 자금에 육박하는 돈이 사용되고 있다. 때문에 저자는 인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토지 개혁과 경제 구조 개선을 통해 빈민들에게 성공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 책은 조금 책장이 무거운 책이다. 특히 정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책장 넘기는 속도가 점점 떨어진다. 비슷한 내용을 다룬 책으로는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에 비해 무거운 주제를 다룬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도의 현실에 대해, 왜 그런 현실이 발생했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특히 인도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인도의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