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인 입장에서 필자는 이런 종류의 책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그나마 본 도서는 다양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의 체험담을 담고 있어서, 비교적 공감도를 형성할 수 있었다. 다만, 체험담 중에 공감하기 어려웠던 사례가 있어서 소개한다.
시댁에서 집을 마련해 주는 것은 좋았는데, 너무 간섭하신다.
까탈스럽던 아가씨가 부자집에 시집갔는데, 떵떵거리며 산다.
워킹맘으로 일하고 있는데, 아이 양육을 도와주는 시어머니의 간섭이 짜증난다.
등이 이 사례이다. 일단 두 번째 사례는 개인의 <질투>로 이해하려고 한다. 아가씨가 부자집에 시집 간 것이 자신에게 가장 큰 시댁 스트레스라는 며느리의 의견에 동조하기는 어렵지만.
주목 했으면 하는 것은 첫번째와 세번째 사례이다. 위의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는 대략 이렇다.
30대 남, 녀가 결혼하려고 보니 돈이 없다. 남자의 경우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빨라야 28, 여성의 경우 26 살이다. 30~32살까지 눈물나게 돈을 모은다고 해도 지방에서 20평 아파트 전세값도 마련하기 힘든 현실이다.
물론 월세로 시작하거나, 원룸에서 시작하면 문제 없다. 하지만 대다수의 신혼부부들은 대출을 받거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전세로 신혼 생활을 시작한다. 공동 대출을 받아 부부가 공동으로 갚아나간다면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적어도 시댁이나 친정에는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경우다. 여기서부터는 어디까지나 <일반론>을 담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남자 쪽에서 <집>을 마련하고, 여자 쪽에서 <혼수>를 마련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래서 며느리 입장에서 보면 <시댁 부모님>들께서 집을 마려해준다. 며느리는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몰라도, 시댁 부모님 입장에서 아들과 며느리에게 큰 호의를 베푼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 호의에 대한 보답으로 시댁을 챙겨주길 원하고, 며느리에게 이것 저것 잔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이이것이 일밙거인 <고부 갈등>이라는 비극의 시작이다.
필자가 생각할 때, 이 비극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혼례 풍습에서 유래했다. 옛날에 며느리를 데려오는 시절에는 신혼 부부를 위한 공간을(신혼집, 논, 밭 등) 신랑의 부모가 책임졌다. 며느리는 시댁의 가족으로서 들어오는 형태였고, 며느리들은 시집살이라는 것은 견뎌내야 했다. 이 형태의 결혼은 우리나라가 대가족이라는 형태를 이루고 있는 동안에는 너무나 당연한 관습이었다.
하지만 1980년 이후로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이 관습에는 큰 변화가 찾아온다. 그 변화란 며느리들이 시집에서 살지 않게 된 것이다. 신혼부부는 자신들만의 독립적인 공간에서 어른들과 떨어져서 핵가족을 이루며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혼 부부들은 따로 떨어져 사는 만큼 자신들만의 독립적인 생활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시댁 어른들의 생각은 달랐다. 같이 살든 떨어져 살든 며느리는 며느리라는 것이다. (특히 신혼부부의 집을 사줬거나, 전세값을 마련해준 시댁 어른들이라면 목소리가 더 컸을 것이다.) 그들에게 며느리는 매일 안부를 물어야 하고, 집안일을 도와야 하고, 잔칫상과 제삿상을 준비해야 하는 존재이다. 이렇게 <고부>를 이루는 두 주체가 서로 다른 생각을 생각하기 시작한 이 시점부터 <고부 갈등>이라는 비극이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