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8 뿌리에서
03/28 뿌리에서
원래 장기간 일을 진행하는 중간에는 뭔가 일이 틀어지곤 한다. 150일 정도 되는 여행 일정에서 1/3인 50일이 지나가는 마당에 걸리는 감기가 그에 해당하겠다. 매일 땀으로 목욕하는 남인도에서 여행하면서 무슨 감기냐 하겠지만, 남인도는 생각보다 일교차가 심하다. 말 그대로 하자면 여름 감기라고 할까나. 다행히 감기약도 있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 금방 낫는다. 문제는 감기 옵션으로 림파선염이 붙어 왔다는 점이다.
자고로 타인의 병은 얼마나 아픈지 설명해도 모른다고 하였다. 사실 림파선염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냥 림프절이 조금 붓고 누르면 아픈 정도다. 그 부위를 가능한 건드리지 않고 휴식을 취하면 1~2주 정도에 염증이 빠지면서 낫는다. 설명대로 라면 별것 아닌 병이다. 문제는 림파선염이 생긴 위치다. 바로 아래턱과 위턱이 만나는 그 지점. 말할때 나, 먹을 때나 쉴새없이 움직여야 하는 그곳이다. 덕분에 음식 먹을 때, 말을 할 때 끝내주는 고문을 당한다.
그나마 한국에서 가져온 타이레놀로 어느 정도 버텼다. 첸나이에서 부바스네와르로 가는 기차 안에서 그 타이레놀 마저 떨어졌지만. 결국 부바스네와르에서 1000루피 짜리 호텔에 머물면서 몸조리 하기로 했다. 1000루피에 어울리지 않는 숙소였지만 불평을 말할 처지는 아니었다. 호텔방에 누워서 끙끙 앓기를 12시간, 겨우 약국이 문을 여는 시간이 되어서 약을 손에 넣었다. 아, 그 때의 행복감이란.
결국 뿌리에서 방을 잡고 앓아 누운지 2일째 되는 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뿌리에 있는 병원으로 갔다. 아마도 뿌리에 있는 공중 병원으로 생각된다. 진찰료는 1루피. 공중 병원이라 생각보다 가격이 착하다.
문제는 진찰과 더불어 시행한 검사였다. 병리를 담당하는 곳에서 따로 시행해야 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간단한 피검사였는데 검사비만 250루피가 나왔다. 검사는 당연히 전 과정 수동 검사다. 심지어 세포수를 세는 것도 사람이 직접 센다. 검사 받기 전에 소염제를 먹어서 결과는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
예상대로 병원에서 항생제와 영양제 정도를 처방해줬다. 빠르면 1일주일 정도면 가라앉는다고 하던데, 빨리 가라앉으면 좋겠다. 숙소로 돌아와서 화장실을 가보니 설사를 시작했다. 아마도 아세타아미노펜의 부작용 같다. 더 이상 먹으면 속 뒤집어질 것 같아 끊고, 항생제만 먹기로 했다.
2012/07/02 - [2012 인도 여행] - 03/24 기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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