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2 인도 여행

04/09 인디아를 떠나며

다즐링 O.P. 2012. 7. 2. 11:01

04/09 인디아를 떠나며

 

어제는 다르질링을 떠나 실리구리로 내려왔다. 시간이 되면 한번에 네팔로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해가 넘어간 시간에 움직이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지난 여행에서 학습했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실리구리에서 하루 머물러야 했다. 사실 실리구리는 가이드북에도 지명만 나와있는 작은 마을이라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다르질링으로 올라가는 전진기지 답게 다양한 숙소들이 있었다. 평상시라면 이리 저리 재고 숙소를 골랐겠지만, 인도에서 마지막 밤이라는 생각에 괜찮은 숙소를 골랐다. 다행히 청소가 안 되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괜찮았다. 오랜만에 뜨거운 물로 샤워도 했다. 덕분에 잠이 잘 온 것 같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인도를 떠나는 날이다. 다르질링 방면에서 네팔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네팔의 까까르비타라는 지역까지 이동해야 한다. 다행히 실리구리에서 수많은 지프들이 손님들을 기다린다. 덕분에 지프 스탠드에 가기도 전에 지프를 잡아 탈 수 있었다. 필자가 지프를 타고 먼저 가야 할 곳은 인도의 판니칸트다. 이곳은 인도에서 나가는 외국인들을 위한 신고 사무소가 있다. 이곳에 들여서 출국 신고와 함께 출국 도장을 받아야 한다. 다행히 지프 운전수가 익숙하게 사무소 근처에 내려줬다. 이곳에서 출국 도장을 받지 못하면 까까르비타까지 갔다가 다시 와야 한다. 저번 동남아 여행에서 캄보디아 베트남 국경에서 이 문제로 얼마나 생고생을 했던가. 국경 1KM 지역을 4번이나 왕복했던 당시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이곳 국경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네팔인들과 닮은 아시아계 외국인들의 경우 지프 운전수들이 사무소를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네팔에 무단 입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제 3국의 육로 국경은 '이곳이 국경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비가 허술하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출,입국 사무소 찾기도 힘들다. 그 덕분에 국경을 무단으로 넘는 여행자도 있다고 한다. 참고로 필자가 한창 인도에서 돌아다닐 때, 네팔에서 무단 입국한 한국인이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다. 암튼 불법 입국자로 체포당하기 싫으면 주의에 주의해야 겠다.

 

본론으로 돌아와 보자. 인도에서 출국 도장을 받고 사이클 릭샤를 타고 까까르비타로 향했다. 사이클 릭샤를 타고 국경에 해당하는 다리를 건너니 네팔이었다. 인도와 네팔 사이에는 기다란 대나무로 경계가 있을 뿐이다. 그 다리를 건너 사이클 릭샤 왈라가 내려준 네팔 입국 사무소로 들어갔다. 입국 서류와 비자 신청 서류를 작성했다. 다행히 인도 루피로 비자 발급비를 낼 수 있었다. 입국 비자는 일단 1달로 끊었다. 관광과 함께 트레킹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된다. 부족하면 연장해야 겠다.

 

비자를 받자마자 버스 스탠드로 향했다. 일단 카트만두로 떠나는 버스를 확보해야 했다. 다행히 오후 5시에 떠나는 버스표를 끊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14~16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니, 아침이면 카트만두에 도착할 것 같다. 카트만두로 떠날 준비를 마치자 배가 고팠다. 버스 스탠드 근처에서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메뉴판도 없는 작은 식당이다. 다행히 영어가 통했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시간을 때워야 겠다.

 

요기를 하면서 떠올랐던 이번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재수 끝나고 떠났던 일본 여행을 시작으로 필자의 여행길을 시작 됐다.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여러 고수 분들에 비하면 새발의 벼룩만도 못한 경험이지만, 나름 의미 있는 여행길이었다. S형과 함께 했던 일본 여행이나 문화 대장정 팀과 함께 했던 중국 여행은 본 것도 많고 얻은 것도 많은 여행이었다. 하지만 나 홀로 걸어가는 여행과는 거리가 있었다. 생각하면 본과 2학년 겨울 방학 때 시작했던 인도 여행이야말로 나 홀로 여행의 시작이었다. 물론 중간 중간마다 같이 여행하는 사람들은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아서 사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래서 인도는 필자에게 여행지로서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어느 여행지나 그렇겠지만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좋은 자극이 된다. 특히 자본주의의 기본 가치인 효율성에 익숙해진 필자에게 인도의 생활은 큰 문화 충격으로 다가 왔다. 힌두교라는 커다란 생활 가치를 몸과 머리에 지고 사는 인도인들을 보면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또한 어느 상황이든 웃고 넘어가는 쾌활한 인도인들의 성격에 배운 것도 많다. (사실 무슨 일이든 '노 프러블럼'을 외치는 그들의 면상에 대고 속으로 욕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저번 여행은 시간이 부족해서 북인도 지역만을 다녀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2달에 거쳐서 남이도 지역을 다녔다. 정확하게는 인도 해안선을 따라서 일주를 했다. 북위 35도에서 북위 8도에 이르는 커다란 나라를 일주하면서 필자는 무엇을 배웠을까? 다르질링의 추운 날씨에 덜덜 떠는 날도 있었고, 깐야꾸마리의 더운 날씨에 윗옷을 벗고 다니는 날도 있었다. 다양한 기후만큼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언어들. 그렇게 다양성을 겪었던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머릿속의 한계를 넓히는 그런 여행이 되었다.

 

하지만 인도 여행에서 겪은 상처도 많다. 무엇보다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 것이 가장 크다. 그 사정은 다음과 같다. 인도 여행을 하는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만나는 직업군은 관광 관련 업자 들이다. 말이 좋아 관광이지 일부는 사기꾼들이다. 특히 처음 보는 여행자들에게 친절하게 접근 하는 업자 라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봐야 한다. 주변에 도와 주는 사람이 없는 나 홀로 여행자들은 특히 그렇다. 처음에는 친절한 사람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이런 말 저런 말을 들어주다 보면 어느새 터무니 없는 가격에 지갑을 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몇 번 그런 일을 겪고 나면 현지인들과 다시는 이야기 하기 싫어진다.

 

첫 번째 인도 여행에서는 많이 당했다. 그리고 다시는 인도 여행을 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럼에도 다시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매력이 인도에 있었다. 다행히 2번째 여행은 필자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좋은 사람과 사기꾼을 걸러내는 필터가 어느 정도 머리에 장착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친절하게 말을 거는 현지인과는 이야기하기 싫은 것이 사실이다. 아직 성장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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