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7 트레킹 출발!
04/17 트레킹 출발!
어젯밤에 일찍 잔 덕분에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떴다. 새벽 4시 40분을 살짝 지난 시간이었다. 세수하고 짐을 챙겨 나섰다. 이른 새벽이었지만 숙소에 있는 로키는 이미 일어나서 움직이고 있었다. 다가와서 꼬리를 흔드는데 정말 반가웠다. 그래, 네가 날 배웅해 주는구나. 돌아오면 맛있는 걸 사 줘야겠다.
숙소에 있었던 동안은 너무 편안했다. 좋은 숙소에서 좋은 형님 만나서 방값도 내지 않고 지냈다. 게다가 먹은 것은 어떤가? 삼겹살에 돼지갈비에, 어제는 과메기도 먹었다. 쓴맛 하나 없이 고소한 과메기였다. 네팔에서는 존재 자체를 의심하게 되는 그전 존재였다. 사장님의 비장의 무기라고 하셨다. 트레킹 다녀와서도 그런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사실 혼자 트레킹을 나서면서 걱정되는 것도 많은 것이 사실이었다. 여행 배짱과 트레킹 배짱은 아무래도 달랐다. 게다가 숙소를 나서는 길은 아직 새벽이라 어둑어둑했다. 버스정류장까지 어떻게 가나하고 걱정하던 차에 금방 택시가 잡혔다. 다행히 네팔인 이었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에 창밖을 보니 날이 맑았다. 봄철에 보기 힘들다는 설산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래, 좋은 트레킹이 될 조짐이라고 생각해야 겠다. 좋은 조짐을 안고 포카라 버스정류장에서 트레킹의 출발점인 페디를 향해 출발했다.
점심 시간 때 쯤, 페디에서 약 500m 고도차를 극복하면서 댐푸스에 도착했다. 배낭을 짊어지고 있어서 힘들었지만 길은 정말 좋았다. 짐을 짊어지고 가는 (전통방식으로) 현지 사람들의 모습은 엽서에서나 나올 만한 컷 들이었다. 그리고 가는 길에 있는 식당에 있는 새끼 고양이나 가옥마다 있는 염소나 소도 좋았다. 오랜만에 자연에 둘러싸여 걸어서 그럴까.
하지만 페디에서 댐푸스까지 가는 길은 정말 힘들었다. 난데없이 등장한 돌계단 오르막길이 한 시간 넘게 계속되자 점점 기운이 빠졌다. 저기까지만, 저기까지만 하는 마음으로 겨우 올라왔다. 다행히 댐푸스도 전망이 좋았다. 설산도 정말 잘 보였다. 게다가 나름 주변에서는 큰 마을이라 마을에 학교도 있다. 학교 주변에 올망 졸망한 꼬마들이 장난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나왔다.
- 패디에서 댐푸스 올라가는 길에 본 민가 -
- 집에서 낮잠을 즐기는 개 -
댐푸스를 지나 험난한 길이 끝나자 포타나가 나를 반겼다. 포타나는 6개의 로지가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하지만 입산 허가증을 검사하는 사무소가 있어서 나름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마을 이었다. 이곳에서 입산자 등록을 하고 허가증을 제출했다. 포타나에서 허가증 제출을 기다리는 동안에 한국인을 만났다. 라운드 트레킹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라운드 트레킹이라면 필자가 원래 하고자 했던 코스였다. 하지만 예정대로 포터 없이 간다는 말을 들으시고는 숙소 사장님께서 바로 반대하셨다. 너무 위험하다는 것 이였다. 배낭 여행자 입장에서 선배님의 말씀은 법이 아니던가. 바로 ABC 트레킹 코스로 계획을 바꿨다. 그 라운드 트레킹을 하고 왔다는 사람을 보니 부러웠다. 물론 신발이나 복장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힘들긴 힘든 모양이었다.
담푸스를 지나 포타나로 오는 동안에 안나푸르나 설산 주변에 어느새 구름이 꼈다. 대체로 12시가 넘어가면 구름이 끼는 모양이었다. 다행히 새벽에는 맑을 확률이 높다고 하니 마음을 잘 내야 겠다. 이곳까지 오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일부 업소 주인을 제외한 사람들이었다. 나마스테라는 주고받는 인삿말 하나에 마음이 푸근해졌다. 책에서 읽었던 그 순박한 사람들, 단지 사람을 본 것이 반가워서 인사하는 그들. 산행도 좋고 풍경도 좋았지만 사람이 더 좋았다. 노래 가사처럼 사람이 더 아름다웠다.
-포타나 출입 사무소 -
포타나를 떠나서 데우랄리로 가는 길은 심적으로 험난한 길이었다. 포타나에서 나온지 10분 만이 갈림길이 등장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표지판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그런 편한 것을 없었다. 일단 갈림길에서 사람을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10분 넘게 기다렸지만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모두 없었다. 말 그대로 선택의 기로에 선 셈이었다. 얼마간 고민을 하다가 갈림길을 자세히 보니 한 쪽에만 피인트 칠이 있었다.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지만 뭔가 이유가 있으니 칠 했을 것 같았다. 트레킹 길이 이유라고 한다면 코스 안내밖에 더 있겠나 싶은 생각으로 페인트 칠이 있는 오른 쪽으로 길을 잡았다. 다행히 맞는 방향이여서 데우랄리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데우랄리에서 기대했던 페와 호수는 구름에 가려 보지 못했다.
그리고 데우랄리에서 톨카를 넘어서 란드록에 도착했다. 데우랄리 이후로는 계속 내리막 길이여서 수월하게 왔다. 로지가 있는 마을에서 쉴 때에만 트레커들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한 길이었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늦어 풍경보는 맛은 떨어졌다. 데우랄리에서는 한 인도인을 만났다. 포터치고는 적은 짐이여서 물어보니 트레커라고 한다. LED TV를 만드는 일에 종사한다고 했다. 사업차 서울에도 몇 번 왔다고 하니 놀라웠다. 내려오는 길인데, 오후 4시가 넘으면 비가 오니 톨카에서 숙소를 정하라고 충고해줬다. 뭐, 오후 5시가 넘도록 비가 오지 않아서 란드록까지 와버렸지만. 톨카에서 란드록을 넘어가는 구간에서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현지 애들 2명 정도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말을 걸어왔던 것이다. 구걸하는 눈치가 아니여서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어줬다. 그랬더니 돈이나 초콜릿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없다고 하자 나즈막하게 영어로 내 욕을 하기 시작했다. 힌디어면 모르고 넘어갔겠지만, 영어는 알아들었다. 순간적으로 욱하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그 아이뿐만이 아니라 란드록까지 가는 동안에 만난 아이들의 절반은 장난삼아 구걸을 했다. 트레커들이야 선심에 초콜릿이나 돈을 건네주겠지만,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오늘 어제일이 아니라고 하니 안타깝다.
- 데우랄리 가는 길에 본 마을 -
- 멀리 보이는 트레킹 코스 -
- 트레킹 중간에 만난 다리 -
2012/07/03 - [2012 네팔 여행] - 04/16 포카라에서 첫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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