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2 파묵칼레에서
06/02 파묵칼레에서
드디어 소문으로만 듣던 파묵칼레에 올랐다. 한글로 하자면 석회붕 정도로 불리고 있다. 탄산칼슘 결정으로 이루어진 지형인데, 이 정도 규모는 세계에서도 드물다고 한다. 세월이 겹치고 겹치면서 만들어진 규모도 규모지만, 실제 모습도 아름다웠다. 서로 겹치는 형태로 구성된 연못과 그곳에 담긴 옥색의 물을 보니 이 세상 풍경 같지 않았다. 예전에는 파묵칼레 전역으로 자유로이 출입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보존을 위한 관리 덕분에 일부 지역만 출입 할 수 있게 됐다. 거기에 신발을 신을 수 없어서 얇은 발바닥이 꽤나 고생이었다. 하지만 하얗게 빛나는 봉우리들과 구름처럼 쌓여있는 풍경을 보면 그런 아픔도 참아낼 수 있었다. 여유가 있었다면 수영이나 하면서 차분히 시간을 보냈겠다. 하지만 점심 때 셀축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하니 참기로 했다.
- 많은 사람들이 찾는 파묵칼레 -
- 쪽빛의 물은 예로부터 유명하다 -
- 흰색 결정으로 이루어진 지형이란다. -
파묵칼레의 유혹을 이겨내고 곧장 박물관으로 향했다. 파묵칼레와 세트로 있는 히에라폴리스 유적지에서 모은 조각들이 있는 곳이었다. 박물관 자체는 평범했지만, 전시품들은 나름 재밌었다. 특히 경기장에서 시행됐던 경기들을 새겨 놓은 조각들이 인상 깊었다. 서기 2세기 정도에 새겨진 작품들인데, 생동감도 넘치고 위트도 넘치는 작품들이었다.
박물관에서 나와 극장으로 향했다. 이곳 히에라폴리스 유적지의 최대 볼거리라고 한다면 역시 이 극장이었다. 보존 상태도 양호하고, 최근에 보존공사를 시작해서 더욱 상태가 좋았다. 조금만 더 손보면 아스펜도스처럼 공연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규모도 이제까지 봤던 극장 중에서 가장 컸다. 게다가 귀빈석도 훌륭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다만 무대가 있는 곳까지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서 아쉬웠다. 지난번 테르메소스에서 프랑스 여자들이 불러주던 상송을 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니 더욱 아쉬웠다.
극장을 뒤로 하고 폐허가 된 교회로 향했다. 이곳은 팔각형 모양으로 건물이 구성되어 있었다. 그 팔각형의 건물 중에서 남아있는 것은 기둥 역할과 통로 역할을 동시에 했던 아치 정도 였다. 그런데 이 아치가 안쪽과 바깥쪽의 두께가 다른 아주 특이한 형태였다. 그 외에는 알아볼 수 있는 형태가 적어서 아쉬웠지만, 볼 만한 가치 있는 유적지였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사실 히에라폴리스는 유적지 범위가 넓어서 짧은 시간에 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대개 시간을 두고 둘러보거나 차량을 이용해서 둘러본다고 했다. 하지만 점심 때 셀축으로 가는 버스를 예약해둔 참 이여서 시간이 부족했다. 남은 유적지는 56기의 무덤과 수교 정도 였다. 포기하면 포기할 수 있는 유적지들이었지만,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다. 결국 40분 넘게 산길을 걸어서 그곳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점심 버스까지 1시간 30분 정도 남을 상황이라 그다지 여유가 없었다. 결국 산길을 허둥지둥 넘고는 유적지도 허둥지둥 봐야 했다. 그런데 산길을 넘을 때 특이한 소리를 들었다. 멀리서 들리는 새소리인 줄 알았는데 새소리가 아니었다. 나중에 가이드북을 찾아보니 가스가 끓는 소리라고 했다. 덕분에 파묵칼레의 물은 36도 정도의 미지근한 온수라고 한다. 신기하기도 하지.
- 파묵칼레 박물관에 전시된 조각, 제전에 끌려가는 소 -
- 파무칼레의 히에라폴리스 석주 -
- 파묵칼레 극장, R석이 눈에 돋보인다. -
- 파묵칼레 유적과 석회봉 -
파묵칼레와 히에라폴리스를 눈썹 날리게 뛰어다닌 끝에 정해진 시간에 버스 사무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을에서 가장 큰 버스 회사 답게 여러 손님들이 있었다. 손님들 사이에 조용히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데 사무소 사장이 나를 불렀다. 들어보니 사무소 직원이 실수해서 나에게 시간을 잘못 알려줬다고 한다. 12시 30분에 데니즐리에서 출발하는 버스여서 12시까지 사무소로 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사무소 직원이 나에게 12시 30분에 사무소로 오라고 알려줬다. 사장 말로는 버스가 이미 출발해서 택시를 타고 가도 탈 수 없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4시에 출발하는 버스로 교환했다. 3시간 정도 걸리는 셀축이라 빠른 버스를 선택했었는데. 터키의 해가 늦게 지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겠다.
2012/07/10 - [2012 터키 여행] - 06/01 아프로도시스 에서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view on 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