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5일 수요일 아침에 일어나 영화관으로 향했다. 그날은 도둑들 개봉날이었다.
7월, 영화 시장의 빅 시즌인 여름이 돌아왔다. 방학에 들어간 학생이나 더위를 잊고 싶어하는 시민들이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때이다. 그런 시즌에 맞춰서 개봉한 도둑들은 상반기 국산 영화의 대표작이라고 하겠다.
처음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캐스팅 때문이었다. 김혜수, 김해숙, 김윤석, 전지현, 이정재 등의 화려한 출연진에 구미가 동했다. 그중에서 김해숙과 김혜수, 김윤석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더욱 영화를 보고 싶었다. 게다가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니 실망시키지 않겠지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래서 차마 시사회까지는 노려보지 못했지만, 개봉일 조조영화로 보는 노력 정도는 아끼지 않았다.
런닝 타임은 약 2시간 정도로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시간이었다. 아마 관객수를 따져봐야 알겠지만 중박과 대박을 오가는 흥행결과가 나올 것 같다. 그럼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자.
도둑들은 최동훈 감독이 말했듯이 범죄 영화 3부작의 마무리 영화이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를 잇는 영화이다. 범죄의 재구성은 그렇다 치더라도 타짜라면 한국 영화 흥행사에 한 획을 그은 영화였다. 타짜는 원작 스토리가 뛰어나기도 했지만, 최동훈 감독의 솜씨가 한껏 발휘된 작품이었다. 오리지날 스토리 1부작~3부작에 해당되는 내용을 영화 한편에 요소요소 섞어내는 최동훈 감독의 솜씨는 마치 마술과도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도둑들에 관한 이야기는 전작 영화였던 타짜와 비교하면서 진행해야 겠다. 관객들이 타짜에서 재미를 찾은 부분은 도박이 진행되는 상황의 짜릿함 보다 그 상황을 뒤집는 반전이었다. 특히 고니와 아귀의 마지막 대결은 수많은 패러디를 낳았을 정도로 대 히트였다. 그에 비해서 도둑들에는 이런 반전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반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반전이 크게 작용하지 못하도록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 뭐야? 내 패하고 정마담 패를 밑에서 뺐지?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반전은 관객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순간에 나와야 제맛이다. 그래야 관객들이 충격을 받고 전율을 느낀다. 도둑들에서 나오는 반전들은 다들 스토리 진행 중간 중간에 복선을 깔면서 나온다. 덕분에 관객들은 충격을 받기보다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가게 된다. 덕분에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진행되지만, 아무래도 관객들은 다른 영화에 비해 크게 전율을 느끼지 못한다. 다른 범죄 영화에 비해서 임팩트가 적다고 평가되는 이유가 아마 그것일 것이다.
다르질링의 생각에는 도둑들은 감상 포인트는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반전이 아니다. 도둑들의 감상 포인트는 바로 여러 등장인물들 사이의 스토리다. 2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벌어지는 3쌍의 러브 스토리, 큰 범죄 계획을 진행하면서 각자 다른 계획을 세우는 도둑들, 다른 이들을 끌어들여 범죄를 통한 복수를 하려는 주인공, 밝혀지는 과거의 진상 등. 짧은 시간에 여러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마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나. 도둑들의 포인트는 그런 이야기 진행에 있다. 어떤 러브스토리가 재밌는지, 어떤 도둑이 세우는 계획이 성공하는지, 과연 과거에 있었던 일의 진상은 무엇인지 - 관객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동시에 제공하므로써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뭐, 전체적인 영화에 대한 평가는 이정도로 하고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외국의 배우들은 평상시에 접한 적이 없기에 생략하고 국내 배우들로 이야기를 해보자. 우선 이번 영화에서 가장 큰 볼거리를 안겨준 예니콜부터 시작하자.
주기적으로 섹스를 안해줘서 그래요
우리애기 누나생각하면서 딸딸이 치나보러왔지~~
어~~~마어마한썅년같은데
너 키스할때 입술에 힘좀 빼라
예니콜로 연기한 배우는 과거 엽기적인 그녀로 크게 히트한 이후로 CF에서 주로 활동했던 전지현이다. 활동무대를 중국으로 옮기고 품절녀까지 된 마당에 다시 국내 스크린에서 얼굴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하지만 그보다 조연배우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준 사실이 더욱 반가웠다. 섹시한 타이즈 차림에 화려한 와이어 액션을 선보이고 거침없는 입담까지 보여준 그녀의 모습은 조연배우의 표본 같았다.
당신잘못이 아니야. 내가 꿈을 잘못 샀어.
그 다음은 씹던껌 역할의 김해숙씨다. 휴먼 드라마 풍의 영화였다면 주연 배우 위치에 있을 배우지만, 도둑들에서는 조연배우 역할을 맡았다. 사실 그동안 드라마 보여준 그녀의 내공을 들어내기에는 적합한 역할이 아니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김해숙씨가 나온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조금 실망이었다.
너는 나 안 버릴 거지?
그리고 영원한 다르질링의 스크린 마돈나 김혜수씨다. 어쩜 금고 떠는 모습까지 저리 섹시할 수 있는지. 도둑들에서 펩시 역할을 맡으면서 이름 그대로 톡 쏘는 연기를 선보였다. 마카오박에 대한 복수에서 그에 대한 로맨스까지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안타까운것은 마지막에 물에 빠지는 신에서 너무 미화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익사하는 사람이 그렇게 편안한 표정을 지을 수 있을 줄이야.
왜 그때 줄끊었어?
이거 5초만에 열면 끼어주고.
여러분은 모두가 다 훌륭한 전문가들 입니다.
마지막으로 마카오박 역할을 맡은 김윤석씨다. 이 영화의 핵심 스토리를 진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영화 전체의 나래이션 역할을 하고 있다. 차분함과 프로의 포스가 물씬 묻어나는 그의 목소리 덕분에 영화에 한 껏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부산에서 촬영한 부분에서 보여줬던 화려한 액션신은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다. 안타까웠던 점은 총알을 너무 잘 피하셨다는 점이다. 무려 3명이 기관총을 들고 집중 사격을 하는데 2발 스치고 모두 피하셨다.
다르질링이 감탄하면서 본 배우들은 이 4명 정도 였다. 중국 형사 역할을 맡았던 이신제의 연기도 재밌었지만, 외국 배우는 잘 모르기에 패스한다. 그래도 사진은 한 장 올려보자.
끝으로
이제 도둑들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해보자. 도둑들은 범죄의 재구성, 타짜를 잇는 범죄 영화 3부작의 마지막이다. 뭐, 그 뒤로 또다른 범죄영화가 나온다면 4부자의 중간정도가 되려나? 범죄의 재구성은 범죄를 구성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였고, 타짜는 범죄의 수단인 도박을 다룬 영화였다. 도둑들은 범죄를 수행하는 도둑들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전작에 비해서 큰 임팩트는 없지만 그 스토리의 흐름이 안겨주는 재미는 전작 못지 않다고 생각된다.
PS 1 : 배트맨 영화와의 상관성에 대한 잡설. 다르질링이 이 영화는 본 곳은 광주 메가박스 M관이었다. 당시 M관에서는 5일 전에 개봉한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상영중에 있었다. 범죄 영화 3부작의 마무리 영화가 배트맨 영화 3부작의 마무리 영화를 개봉 5일 만에 쫓아내고 M관을 차지했었다.
지못미, 배트맨.
PS 2 : 영화에서 찾은 옥의 티. 도둑들이 홍콩으로 들어갈 때 경찰들이 그 도둑들이 사진을 찍는 장면이 나온다. 감독은 사진을 찍는 다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그 장면을 구상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장면에 사용된 카메라는 구형 수동 필름 카메라라는 점이다. 그것도 스플릿이 달린 카메라라니. 하다못해 AF가 되는 카메라로 바꿔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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