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류승범 주연의 영화가 하나 개봉했다. 일본에서 용의자 X의 헌신을 리메이크한 용의자 X 라는 영화다. 이 영화는 류승범이라는 배우가 나온다는 점에서 기대가 됐지만, 리메이크 작품은 오리지널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개인적인 편견이 있어서 썩 내키는 작품은 아니었다. 사실 이 작품을 본 날은 이 영화(용의자 X)를 보려고 극장을 간 것이 아니었다. 광해를 보려고 갔었는데, 상영 시간을 착각해서 관람 가능했던 이 영화(용의자 X)를 본 것이다.
이 영화(용의자 X)를 보기전에 미리 오리지널(용의자 X의 헌신)을 확보해두었다. 이 영화 (용의자 X)를 보고 나서 비교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덕분에 그날은 하루에 영화를 두편이나 봐야 했다. 그리고 결론을 말하자면
'오리지널을 뛰어넘는 리메이크는 만들기 힘들구나'
였다.
오리지널과 리메이크를 다음 관점들을 중심으로 비교해보았다.
배우들의 연기력
연출의 개연성
재미를 비롯한 흥행성
우선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용의자 X의 주연을 이야기하면 배우 류승범을 꼽을 수 있다. 2012년에 개봉한 '시체가 돌아왔다'의 코믹한 연기와 '용서는 없다'의 진지한 연기, '부당거래'의 입체적인 연기가 그의 장점이다. 왠만한 장르의 영화에 고루 출연할 수 있는 폭 넓은 연기력이라고 하겠다.
배우 류승범
용의자 X에서는 '수학적인 논리만을 따지며' , '스토커 행세를 하는 ' 역할을 연기하였다. 연기 자체만 두고 평가하면 영화 전반에 걸쳐서 관객들을 홀리는 좋은 연기를 펼쳐보였다. 하지만 진지한 연기의 폭은 '용서는 없다'에서 보여줬던 연기의 폭에 비해서 큰 변화는 없어보였다. 아직까진 배우 류승범은 코믹 영화에서 보는 것이 더 기대된다.
그리고 용의자 X에서 상대녀로 나온 이요원씨는 안타깝지만 영화를 발목을 잡은 배우라는 느낌이었다. 영화 전반에 걸쳐 서서히 변해야 하는 캐릭터인데, 중간에 너무 캐릭터를 변화시켰다. 용의자 X의 헌신에 나오는 마츠유키 야스코 쪽이 더 좋은 연기를 선보인 것 같다.
리메이크 : 용의자 X
원작 : 용의자 X의 헌신
다음으로 연출의 개연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이 내용은 상당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보기 싫다면 과감하게 접기 바란다.
우선 원작의 내용을 살펴보자.
두 남자의 뜨거운 대결이 시작됐다
어느 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남자의 시신이 발견된다. 사망자가 ‘토가시 신지’임이 판명되자, 그의 행적을 조사한 ‘우츠미’ 형사는 사건의 강력한 용의자로 전처 ‘야스코’를 지목한다. 하지만 그녀의 완벽한 알리바이에 수사의 한계에 부딪힌 우츠미는 천재 탐정 ‘갈릴레오’라 불리는 물리학자 ‘유카와’ 교수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사건의 전말을 확인한 유카와는 용의자의 옆집에 사는 남자가 대학시절 유일하게 수학 천재로 인정했던 동창 ‘이시가미’란 사실에 그가 야스코의 뒤에서 알리바이를 조작하고 있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이시가미와 접촉하며 의미심장한 말을 건넨다.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 문제를 푸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 단 정답은 반드시 있어.” 서서히 드러나는 천재 수학자의 치밀하고 완벽한 알리바이의 실체.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한 남자의 뜨거운 헌신이 밝혀진다!
원작은 양자 대립 구도를 취하고 있다. 트릭을 만든 수학 천재와 트릭을 풀려고 하는 천재 탐정. 트릭을 파악하지 못하는 피의자와 트릭을 파악하지 못하는 형사의 양자 대립구도이다. 천재 대 천재의 대립 구도를 통해 관객들에게 추리 영화의 스릴을 선사하고 있다. 뭐, 추리 영화의 왕도라고 하겠다. 하지만 추리 영화 특유의 트릭은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주요 등장 인물의 관계에 집중하다 보니 트릭을 크게 선보이지 못한 것 같다.
수학 천재 VS 물리 천재
그리고 이 영화의 특징이라고 하면 일본 영화 특유의 사실성을 살려 영화의 몰입도를 더하고 있다. 사소한 장면들일 수 있지만, 관객 입장에서 그런 사소한 것이 모여서 영화를 감상하는 총평이 된다.
예를 들어서 위의 장면은 피해자가 처음 발견된 장면으로 형사들이 현장 조사를 나온 것이다. 형사들의 발에 보면 현장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덧신이 있다. 그리고 현장 조사 전에 피해자를 위한 기도를 한다. 실제 수사 현장과 비슷한 연출 덕분에 영화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깔끔하게 처리하였다. 살인죄를 대신 지겠다는 이와 살인을 저지른 이가 만나서 서로 우는 장면은 이 영화 결말에 어울리는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에게 생각할 기회를 준다고 해야할까?
다음으로 리메이크한 용의자 X의 줄거리를 살펴보자.
천재수학자의 완벽한 알리바이가 시작된다!
천재로 알려졌었지만 현재는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석고(류승범)는 어느 날 옆집에 이사 온 화선(이요원)이 우발적으로 전남편을 죽인 것을 알게 된다. 석고는 남몰래 지켜봤던 그녀를 위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설계하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그녀는 형사들의 추적을 받지만, 놀랍게도 화선은 거짓말 탐지기까지 통과하며 용의선상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하지만 이 사건의 담당형사인 민범(조진웅)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화선이 범인이라 확신하고 그녀를 집요하게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과연, 천재수학자 석고는 어떤 알리바이를 설계한 것일까? 그는 그녀를 구할 수 있을까? 증명하지 않으면, 진실이 아니다!
원작과 가장 큰 차이점은 대립 구도를 깬 점이라고 하겠다. 물론 등장한 형사가 용의자 X의 트릭을 끝에서 설명해준다. 그러나 이마저도 용의자 X의 설명에 의한 것이다. 아무래도 수학 천재인 용의자 X의 라이벌이라고 하기에는 무리 있는 설정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원작과의 차이점이자 이 영화의 개연성을 깎아먹은 공신이 하나있다. 바로 '사랑'이다. 아마 이것은 일본과 한국과의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에서 말하는 '온'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원작을 리메이크 하다 보니 용의자 X의 동기를 '사랑'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그리고 사랑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 먹히는 소재가 아니던가.
'그놈의 사랑이 뭔지.'
원작과 리메이크에서 용의자 X는 피의자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긴다. 그 내용은 자신이 절망에 빠져있을 때, 자신에게 빛을 보여줘서 고맙다는 내용이다. 그 고마움을 갚기 위해서 용의자 X는 피의자를 위한 트릭을 짜고 자신이 그 죄를 뒤집어 쓴다. 살인죄를 뒤집어 쓰더라도 고마움을 갚는 이 마음이 일본의 '온'이다. 리메이크에서는 이 마음을 '사랑'으로 표현하고 마지막 결말 장면을 신파극으로 만들고 말았다. 물론 영화 마지막에 감동을 주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되지만, 솔직히 그런 신파극은 너무 질린다.
용의자 X의 헌신은 일본에서 370만 관객을 동원했다. 약 4년 전에 개봉해서 거둔 성적이다. 사실 이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을 말하자면 모 영화 평론가의 말을 빌려서
"왜 지금 이 영화가 개봉 됐는지 모르겠다."
딱히 대히트한 영화도 아니고 원작을 100% 살린 것도 아닌 리메이크 작을 도둑들에 이어 광해가 판치는 이 시기에 개봉하다니. 암튼 2012년, 한국에서 용의자 X의 흥행성적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