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3 다르질링으로 가는 길
콜카타에 있는 외국인 기차 예약 사무소에서 재밌는 아저씨를 만났다. 일반 창구와 달리 2시간이나 늦게 여는 외국인 창구를 기다리다가 만났다. 아침 9시에 도착해서 외국인 창구가 열리기를 기다리며 가이드북을 읽고 있는데, 관심 있게 쳐다보는 사람이 있어서 인사를 한 것이 인연이었다. 이러 저리 이야기를 하는데, 대뜸 한국어를 알아보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예전에 한국을 다녀온 적이 있다고 한다. 그것도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 말이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데모, 최루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의 이름을 능숙하게 주워섬기고 당시의 시대 상황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게다가 유명하지 않은 시골 지명까지 알고 있었다. 순간 벙 쪘다. 최근에는 월드컵 할 때에 다녀왔다고 한다. 변화한 한국의 모습에 매우 놀랐다나. 내가 델리를 2년 만에 다시 와서 놀란 것은 놀란 축에도 끼지 못할 놀람이었겠다. 끝으로 더 벙 쪘던 이야기 하나 더. 나중에 기차표를 예약하고 '바이 바이'를 해야 할 시간이 왔다. 잘 가고 좋은 여행 하라고 서로 영어로 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헤어지는데 그 아저씨가 한국어로 '안녕히가십시요'라고 해줬다.
그렇게 아저씨와 헤어지고 다르질링에 가는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콜카타에서 실리구리까지만 이용했다. 실리구리부터는 합승 지프를 타고 다르질링으로 올라갔다. 예전에는 실리구리나 뉴 잘패구리 등에서 다르질링까지 올라가는 협궤 열차가 있었다고 한다. 협궤 열차는 다르질링에서 수확한 차 상품을 운송하기 위한 열차로 기관 열차다. 속도는 속 터지게 느린데, 나름 운치 있다고 한다. 하지만 2년 전의 지진으로 일부 구간이 복구 안 된 상황이라고 한다. 덕분에 운치는 날라가고 합승 지프가 다가왔다.
합승 지프를 타고 가는 길이 상당히 스릴 있다. 산을 그대로 이용해서 만든 도로라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찔하다. 만약 지프가 넘어지면 그대로 인생 종결이겠지. 길이 좁은 덕에 커브 길은 지프 한 대만 통과할 수 있다. 그래서 상행, 하행 운전수들끼리 서로 눈치를 봐가며 길을 양보해 준다. 다행히 운전하시는 분이 상당히 운전에 능숙한 모양이다. 변속도 자유자재고 커브길도 능숙하게 올라간다. 문제는 자꾸 한 손으로 음악을 고르신다. 옆에서 보기에는 아찔하기만 하다. 하지만 어쩌겠나, 합승 지프에서는 운전수가 왕인데.
아찔한 순간을 몇 번 넘어서야 다르질링에 도착했다. 다르질링의 별명은 히말라야의 여왕이다. 과연 여왕님이라 도도 한건가. 필자가 다르질링에 도착한 날, 우박비가 내렸다. 처음에는 하늘에서 무슨 하얀 것이 떨어지기에, 누가 돌을 던진 줄 알았다. 가까이서 보니 얼음 덩어리다. 생전 처음으로 우박비를 맞았다. 그 우박비 덕분에 숙소 찾는 것도 전도다난 했다. 평상시면 지도 보고 쓱쓱 찾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다르질링은 고지대다. 지도를 봐도 이곳인지 저곳인지 헷갈렸다. 암튼 비 맞아가면서 20KG 배낭을 메고 힘들게 숙소를 잡았다. 시즌이라 숙박비가 비쌌다. 어쩔 수 없이, 숙소를 잡고 잠을 잤다.
- 고원지대에 위치한 다르질링의 풍경 -
2012/07/02 - [2012 인도 여행] - 04/02 콜카타에서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View on 도 잘 부탁드립니다. ㅇㅅㅇb
'여행 이야기 > 2012 인도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04/07 짧은 트레킹 (0) | 2012.07.02 |
---|---|
04/04 다르질링 이야기 (0) | 2012.07.02 |
04/02 콜카타에서 (0) | 2012.07.02 |
03/29 태양 사원을 다녀와서 (0) | 2012.07.02 |
03/28 뿌리에서 (0) | 2012.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