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7 짧은 트레킹
다르질링은 해발 2000m 정도의 고산 지대다. 덕분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안개가 자욱하다. 안개가 자욱한 날은 우박이나 비가 올 확률이 높기에 멀리 돌아다니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 연유로 다르질링에 도착해서 2일 정도는 근교만 다녀오는 소극적인 행보를 펼쳤다. 제일 멀리 간 곳이 숙소에서 15분 정도거리에 있는 광장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부터 날이 맑았다. 숙소 발코니에서 3번째 산맥까지 보이는 맑은 날씨였다. 처음 보는 맑은 날씨에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르질링에서 가고 싶었던 곳을 꼽으면 타이거힐 일출, 굼 트레킹, 해피 밸리 차 농장 정도다. 타이거힐 일출은 새벽 4시 30분 기상이라는 빡빡한 일정 덕분에 포기했다. 그래서 남은 것이 굼 트레킹과 해피 밸리 농장이었다. 굼은 다르질링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로 다르질링에서 협궤 열차가 다닌다. 보통 굼 트레킹 하면 협궤 열차를 타고 내려가서 도보로 걸어 온다. 협궤 열차를 타면 좋았겠지만 표를 구하지 못해서 지프를 타고 내려갔다.
20분 정도 지프를 타고 도착한 굼 역은 여행자들로 북적거렸다. 게다가 때 마침 몰려오는 안개 덕분에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연출 됐다. 물론 좋은 셔터 찬스라고 생각하고 사진을 찍었다. 앞으로 다가올 비극 같은 운명도 모르면서 말이다. 앞서 말했지만 안개가 자욱한 날은 비가 올 확률이 높다. 게다가 고지대에서 내리는 비는 우박을 동반한다. 좋은 사진을 찍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카메라를 꺼내든지 20분, 눈 앞을 가릴 정도로 쏟아지는 우박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트레킹하다가 만나는 비는 대개 낭만적으로 생각된다. 영화나 소설에서 보면 아주 로맨틱하게 그려지지 않던가. 하지만 실제로 트레킹하다가 만나는 비는 최악이다. 우선 옷이나 신발이 젖어서 체온을 뺏기게 된다. 안그래도 추운 고산 지대에서 비까지 맞아가면서 병든 닭 마냥 오들 오들 떨고 있으니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여행이고 트레킹이고 때려치우고 당장 안방 구들목에 들어가고 싶었다. 다행히 길목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따뜻한 차 한잔과 맛있는 볶음밥에 몸을 데울 수 있었다.
식당에서 몸을 데우고 우박이 그치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30분, 우박은 그쳤지만 비가 그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트레킹은 포기해야 했다. 흙탕물에 막히기 시작하는 도로를 건너 다르질링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10루피 밖에 하지 않은 버스가 어찌나 편안하던지. 2년전 맥간 트리운드 트레킹 도중에 마셨던 짜이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10루피 - 우리나라 돈으로 250원 정도다. 자판기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돈이지만, 이날은 내게 더할 나위 없는 편안함과 행복을 안겨다 주었다.
- 흐린날씨의 다르질링 -
- 흐린날씨의 다르질링 기념 공원 -
그런 행복함을 안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와보니 새로운 한국인분이 오셨다. 3월 22일 첸나이에서 J군을 만난 이후로 처음 한국인을 만났다. 거의 2주 만에 한국인을 만난 셈이다. 사실은 캘커타에서 몇 명 한국 사람을 지나쳤을 것이다. 어렴풋이 듣기로는 한국어였고, 옷차림으로 봐도 한국인이었다. 하지만 캘커타는 한국인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아는 척 하기 부담스러웠다. 다들 일행이 있는 상태라 끼어들기 쑥스러웠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하지만 그 쑥스러움을 넘지 못한 것이 얼마나 후회스럽던지.
특히 다르질링의 추운 기후에 방콕하는 일정이 계속되니 한국인이 그리웠다. 외로움이 계속되면 그리움으로 변한다던가. 궁여지책으로 인방 카페에 동무 구함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다르질링에 있는 한국인은 없었다. 그렇게 한국인을 그리워하며 외로이 숙소 식당에서 커피를 마시던 참이었다. 살짝 쑥스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한국인이냐고 묻는 목소리를 들었다. 반가운 마음에 아는 척을 했다.
말을 거셨던 분은 다년간의 여행 경험이 있는 베테랑 여성 여행자였다 - B양. 캘커타에서 올라오는 길이라고 했다. 다르질링에는 어제 도착해서 오늘 숙소를 옮겼다고 한다. 2주 만에 만난 한국인이 너무 반가워선지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게다가 노트북에 영화도 갖고 계셔서 몇 편 다운 받았다. 영화를 주고 받은 이후에 다르질링 산책을 나갔다. 안개 낀 날씨여서 멀리는 나가지 못하고 근교로만 다녔다. 어제 가지 못했던 페낭 레스토랑과 초우라스타 광장을 다녀왔다. 날씨가 좋았다면 좋았겠지만, 간간히 이슬비가 내리는 날씨였다.
- 맑게 개인 다르질링 하늘 -
2012/07/02 - [2012 인도 여행] - 04/04 다르질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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