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2 맑은 네팔
필자가 머물고 있는 방은 한 쪽 면이 창문이다. 덕분에 아침마다 채광이 환성적 이었다. 따로 알람을 설정하지 않아도 햇빛 덕분에 잠에서 깼다. 안타깝게도 요즘에는 날이 계속 흐려서 아침마다 상쾌한 태양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한쪽 벽면 듬뿍 들어오는 밝은 태양빛에 이른 아침부터 눈을 떴다. 반가운 마음에 창밖을 보니 시원한 파란 하늘이 눈앞에 펼쳐졌다.
오랜만에 보는 맑은 날씨에 금방 욕심이 동했다. 그 동안 찍지 못했던 사진들을 찍고자 서둘러 움직였다. 우선 목적지는 네팔을 상징하는 스투파였다. 그 중에서도 스와얌부나트 스투파를 찍으러 가기로 했다. 보다나트는 거리도 있고, 마지막 날에 쇼핑을 겸해서 가기로 정해두었기 때문이다. 스와얌부나트까지 가는 길은 지도를 보고 걸어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보는 맑은 날씨에 산책하고 싶은싶은 마음이었다.
타멜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스와얌부나트로 올라가는 동쪽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스와얌부타는 약 100m 정도 거린데, 상당히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야 했다. 빠르게 올랐다면 한 번에 오르지 못했을 정도로 오르기 힘들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도착한 스와얌부나트는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커다란 스투파를 주위로 구성된 사원은 인도에서 봤던 사원들과 또 다른 느낌이었다. 사원 주변에서 들리는 티베트 불교 음악도 그런 느낌에 한 몫 거들었다. 스와얌부나트는 지금도 사원으로 기능을 하고 있어서 관광객들과 더불어 수많은 참배객들이 있었다. 삭발하는 참배객이나 사원에서 기원을 올리는 참배객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항상 그들으르 볼 때 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그들의 신은 어디에 있는걸까? 모든 신은 자신의 내부에 있다고 믿는 필자로는 동정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 스와얌부나트 스투파 -
- 스와얌부나트 스투파 백색탑 -
- 스와얌부나트 스투파 탑에 앉아있는 까마귀 -
- 스와얌부나트 스투파에 있는 부처상 -
- 스와얌부나트 스투파에 있는 보살상 -
- 스와얌부나트 스투파에 있는 뿌자용 제기 -
- 스와얌부나트 스투파에서 판매중인 기념품 -
스와얌부나트에서 2시간 정도 사진을 찍고 타멜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는 네팔의 공용 교통수단인 템포를 탔다. 상당한 인구밀도에 무릎이 아팠지만, 새로운 경험은 언제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오후 시간에도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인터넷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더르바르 광장 이야기를 하면서 인도도 나름 선진국이라는 말을 했었다. 인도 배낭 여행자들은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네팔에서 여행자 거리를 조금만 벗어나면 그 점을 실감할 수 있다. 필자 역시 4시간이나 걸리는 삽질 끝에 그 점을 실감했다. 사정은 다음과 같다. 필자는 돌아다니는 도시 정보를 구글맵으로 저장해서 다녔다. 핸드폰에 넣으면 GPS 연동이 되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기 쉽기 때문이다. 문제는 네팔 다음 지역에 대해서 정보를 수집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네팔 다음 지역으로 동남아를 생각하고 있어서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터키로 옮겨지면서 상황이 변했다. 터키를 비롯해서 동유럽 지역의 구글맵 자료가 필요해 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네팔이다. 인터넷 속도가 우리나라 90년대 인터넷 속도다. 구글맵 자료를 다운 받으면 예상 소요 시간이 20시간 이상 나오는 상황이었다.
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3가지 였다. 하나는 포기, 다른 하나는 터키로 넘어갈 때 두바이 공항에서 자료 수집, 마지막으로 최대한 빠른 인터넷 라인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필자가 선택했던 것은 3번째 였다. 다행히 숙소 주변에 브로드 링크라는 회사에서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있었다. 홈페이지를 참고해 보니 최대 5메가급 속도가 나온다고 한다. 해당 업체의 바우쳐를 사서 사용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바우쳐를 사러 가는 길이 그렇게 험난할 줄은 몰랐다. 물론 홈페이지에 바우쳐를 판매하고 있는 가게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카트만두에만 50여개의 업체가 바우쳐를 판매하고 있었다. 문제는 50여개에 해당하는 업체 모두 주소가 없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네팔 자체에 주소 체계가 없었다. 그냥 도로 이름이나 근처에 있는 주요 지명으로 주소를 대신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시골에서 '느티나무 아래에 있는 파란 대문집'정도 랄까. 주소를 모르니 찾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잠시 패닉 상태가 됐다. 다행히 친절한 네팔인의 도움으로 내가 있는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업체를 알아 낼 수 있었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여서 걸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곳 까지 찾아갔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하지 않았다.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업체가 있는 지역은 너무 넓었다. 번역하면 '버스 스탠드 앞에 있는 인터넷 카페 타말' 이다. 넓디 넓은 버스 스탠드 앞에는 수 많은 가게가 있었다. 그 중에서 해당 인터넷 카페를 찾아야 했다. 별 수 없이 보이는 인터넷 카페마다 모두 들어가서 해당 업체인지 물어봤다. 다행히(?) 1시간 만에 해당 업체를 찾았고 바우쳐를 구매할 수 있었다. 불과 반경 500M 정도를 수색하는 정도 였지만 필자는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심정이었다. 게다가 가게 간판도 모두 네팔어로 쓰여 있어서 얼마나 힘들던지.
물도 그렇고 공기도 그렇고 없을 때 진정한 가치를 느낀다고 한다. 필자는 이번에 주소가 얼마나 편리하고 발단 된 문명의 이기인지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리고 인도가 제 3국의 선진국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2012/07/02 - [2012 네팔 여행] - 04/11 더르바르 광장에 도착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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