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2 트레킹 6일째
도반에서 새벽에 출발해 밤부에 도착했다. 도반에서 밤부구간은 그야말로 아침식사 꺼리도 안됐다. 좋은 숲길에 걷다보니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짧은 호흡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짙은 숲은 정말 기분 좋았다. 40분 정도에 거쳐서 나홀로 내려온 그 구간은 차분한 산행이었다. 그다음 밤부에 도착해서 식사를 했다. 처음으로 빵과 팬케익을 시켰다. 2개나 시켰더니 아무래도 배가 불렀다. 다음에는 조금씩 먹어야 겠다. 시킨 우유도 반이나 남겼다.
이곳에서 오늘 목적지는 지누다. 촘롱과 시누와 구간으로 가는 죽음의 계단길이 기다리고 있다. 그 뿐만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가는 난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걷는 거리는 제일 짧다고 한다. 오늘도 좋은 산행이 되길 기대한다. 그런 기대랑 상관없이 오늘은 최악의 난코스를 지나야했다. 죽음의 시누와 촘롱 구간이다. 양 마을 사이의 계곡을 잇는 현수교를 사이에 두고 돌계단으로 된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한 시간씩 이어진다. 체감상 힘든 곳은 내리막보다 오르막 코스다. 촘롱 마을 전체를 가로지르는 지루한 돌계단을 오르고 있으니 고행길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올라가는 길에 짐을 운반하는 말들에게 둘러싸여서 위험한 장면도 몇 번 연출 됐다. 양손에 있는 스틱 덕분에 다행히 위기사항은 모면했다. 그렇게 도착한 촘롱에서의 점심은 오트밀이었다.
촘롱에서 다음 목적지인 지누는 오로지 내리막길이다. 돌계단으로만 되어있어서 발이 아프지만 쉬운 길이었다. 문제는 날씨였다. 촘롱에서 식사할 때 부터 흐리던 하늘은 필자에게 불안감을 안겨줬다. 아니나다를까 지누까지 절반 넘게 왔을 때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높이 들면 저 가까이에 지누가 보이는데 비를 맞을 수는 없었다. 같이 가고 있던 일행 모두 합심이 되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행히 지누에 도착할 때까지는 이슬비만 내렸다. 지누에서 방을 잡고 짐을 풀자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같이 내려오시던 형님은 비를 맞으셨다고 했다.
사실 시누와 촘롱 구간은 트레커들에게 난코스로 꼽히는 곳이다. 댐푸스에서 출발하던 나약푸르에서 출발하던 ABC로 가는 길은 촘롱을 통과하게 되어있다. ABC로 가는 모든 트레커들은 촘롱에서 시누와로 넘어가며 그 어마어마한 계단에 질리게 된다. 그리고 ABC를찍고 돌아오는 길에 이 구간을 다시보게 되면 경악하게 된다. 특히 내리막에서 오르막으로 바뀌는 구간은 다가올 오르막길이 두렵기까지 한다.
시누와에서 시작한 내리막길과 촘롱으로 가는 오르막 사이에는 현수교가 하나 있다. 트레커들은 이곳에서 아픈 다리를 잠시 쉬고 당분과 수분을 보충한다. 휴식이 끝나며 각오을 다지고 신발끈을 조이고 길을 나선다. 그런 트레커들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하늘까지도 연결될 듯한 계단의 연속이다. 촘롱 마을 가장 아래에서부터 위쪽까지 가로지르는 그 길은 시작부터 난 코스다. 쉴새없이 다가오는 계단에 지쳐있던 여행자들의 다리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무릎이 뻐근해지고 발바닥은 통증을 호소한다. 고통을 참아가며 30분을 꼬박 올라서야 겨우 아랫마을을 통과할 수 있다. 그리고 비슷한 길은 3-4 개 정도 넘어야 참롱의 윗마을은 입장을 허락한다.
그런 험한 길이기에 필자는 포터없이 배낭을 메고 가기 싫었다. 시누와에서 1000루피 정도 돈을 주고 포터를 구하고 싶었다. 사실 예상되는 고생길을 굳이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해보니 할 만했다. 물론 윗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만큼 힘든 길이었다. 하지만 호흡할 때마다 한 발자국씩 내미니 올라갈 수 있는 길이었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왕왕 이렇다. 해보지 않고 가늠만 하면 힘들어보이는 일이 태반이다. 물론 시작하면 당장은 고생스럽다. 하지문 끝에 가서는 보람찬 결과를 가져다준다. 앞으로 인생에서 그럼 계단을 몇 번이나 올라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시작도 전에 겁내며 움츠러들지 말아야겠다. 하면 할 수 있는 일 일 것이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ABC트레킹 코스 중에 지누라는 곳이 있다. 촘롱에서 넘어가면 도착하는 작은 마을이다. 그 마을에는 다른 마을과 다른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무려 온천. 우리나라의 목욕탕처럼 아주 뜨껍지는 않지만 괜찮다는 평이다. 우리 일행이 지누에 도착할 무렵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후 2시 넘어서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후 4시가 넘도록 그치지 않았다. 비가 그치면 온천을 갈 우리 일행들은 갈등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쪽 포터3명을 포함해서 6명 정도 되는 팀을 꾸려서 온천으로 출발했다.
지누에서 온천으로 내려가는 길은 내리막길 뿐이었다. 평상시면 매우 쉽게 내려갈 길이었지만, 비에 젖어 미끄러웠다. 게다가 소 배설물까지 피하면서 이동해야 했다. 발밑에 주의하면서 내려가는 길에 목욕을 마치고 올라오는 사람들을 봤다. 대부분 서양 사람으로 복장이 제각각이었다. 속옷만 입고 오는 사람도 있었고, 비옷을 입고 떨면서 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보니 온천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커졌다. 점차 부풀어오르는 기대감을 안고서 5분 정도 더 내려가자 온천에 도착했다. 온천은 크게 2개의 탕으로 이루어져있다. 윗쪽에 있는 탕과 아래쪽에 있는 탕이 있다. 그리고 탕 사이에는 샤워할 수 있는 수도관이 있다. 이쪽 목욕 순서는 이 수도관에서 시작한다. 속옷만 입은 상태에서 수도관에서 샤워를 하고 탕으로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온천에 도착했을 때는 서양 사람 한 명만이 있었다. 탕속에 누워서 양팔을 벌리고 누워있는 모습이 정말 편해보였다. 같이 내려갔던 포터들도 곧장 샤워하고 탕으로 들어갔다. 넓은 탁자 2개를 합친 크기 정도의 욕탕에서 대자로 뻗는 모양이 기분이 좋아보였다. 욕탕 자체는 그렇게 깨끗하거나 절경은 아니었다. 돌을 모아 만든 거친 욕조에 흔한 계곡 한 가운데에 있다. 하지만 힘든 트레킹에 지친 트레커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온천이었다. 필자도 탕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한 벌 남은 티셔츠를 젖게할 수는 없었다. 바지를 걷고 족욕만 하다가 나왔다. 족욕을 마치고 지누로 올라가는 길은 오르막길로 20분 넘게 걸리는 길이었다. 흙탕길에 발이 더러워지긴 했지만 좋은 온천이었다.
2012/07/03 - [2012 네팔 여행] - 04/21 트레킹 5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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