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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2012 인도 여행

03/16 아이구, 깜짝이야.

03/16 아이구, 깜짝이야.

 

오늘도 알람소리에 잠을 깼다. 새벽 6, 일출을 보러 가기 좋은 시간이었다. 맑은 하늘을 기대하고 발코니를 열었는데, 이럴수가. 어제 일몰 볼 때부터 구름이 심상치 않더니, 결국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6시에 일어난 자신이 처량해졌다. 7시로 알람을 늦추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다시 눈을 붙이려고 했지만, 잠이 쉽게 오지 않았다. 새벽이지만, 잠을 자기에 너무 더운 날씨였다. 숙소 천장에 달려있는 선풍기 덕분에 땀이 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잠을 포기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다행히 발코니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상쾌했다.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맑은 정신으로 오늘 일정을 생각해봤다. 비가 오는 이유로 바깥으로 돌아다니는 것은 여의치 않으니, 숙소에서 뭔가를 해야겠다. , 그전에 내일 람메스와람으로 가는 기차 티켓을 구하러 가야겠다. 깐야꾸마리가 지도상의 최남단이라면, 람메스와람은 교통상의 최남단이다. 실제로 스리랑카와 매우 가깝다. 깐야꾸마리와 마찬가지로 힌두교 성지로 분류된 덕분에 외진 지역이지만 교통이 그나마 원할했다. 깐야꾸마리에서 람메스와람으로 가는 직행 기차도 있을 정도다. 사실 두 마을의 규모를 생각하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암튼 그 기차의 타깔 티켓을 구하러 가야겠다.

 

보슬 보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기차역으로 향했다. 여행길에 우산을 가져오진 않았지만, 우의를 가져왔다. 중국 여행에서 받은 물건인데,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다행히 기차역에는 많은 사람들은 없었다. 아우랑가바드 같은 일이 벌어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기우였나 보다. 게다가 다행스럽게도 원했던 표를 쉽게 손에 넣었다. 순례철이 아닌 덕분에 타고 가는 사람이 적나 보다. 기차표를 구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어차피 비가 내리는 도중에는 돌아다니지 못하니, 숙소에서 책이나 읽어야겠다. 그런데 전등이 켜지지 않는다. , 깐야꾸마리는 오전 7시 이후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어두운 숙소에서 땀 흘리며 책 읽을 생각하니 갑자기 우울해졌다. 그러다가 번뜩 내 방에 발코니가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코니쪽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두니 시원하기도 하고, 방도 밝아졌다. 100루피나 더 주고 이 방을 잡은 보람이 있었다. 빗소리를 배경으로 느긋하게 책이나 읽어야겠다.

 

그렇게 점심 때 까지 숙소에서 책을 읽었다. 발코니에서 들리는 빗소리 덕분에 부담 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덧 빗소리가 끊겨서 책을 덮었다. 흥이 떨어졌다고 해야 할지, 배가 고프다고 해야 할지. 일단 배를 채우러 밖으로 나섰다. 식당 몇 군데는 문을 닫았지만, 영업 중인 곳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메뉴는 생선 비리야니. 비리야니는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면 볶음밥 같은 요리다. 우리나라는 볶음 재료로 맛을 끌어내지만, 인도에서는 향신료로 맛을 끌어낸다. 물론 메인 재료의 맛을 살려내는 방향으로. 인도 커리에 적응하지 못하는 여행자들도 쉽게 도전 할 수 있는 요지 중 하나다. 하지만 오늘 먹었던 점심은 살짝 실망이었다. 나름 이름 있는 가게여서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일까. 비리야니 자체는 좋았지만, 생선이 너무 적었다. 겨우 2~3 조각이라니 누구 코에 붙이라는 건가. 그래도 비리아니 양은 많아서 배는 불렀다. 그런 포만감에 숙소로 바로 들어가기 뭐해서, 해안가로 산책을 갔다. 어제 갔었던 최남단으로 다시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흐린 날씨와 바닷바람 덕분에 걸어가는 내내 시원했다. 3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어제의 해안가. 어제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어제가 호연지기 솟는 기분이었다면, 오늘은 차분해지는 기분이다. 그렇게 차분하기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어디까지나 차분한 기분으로 바위 위에 올라 파도를 바라보고 있던 참이었다. 멀리서 인도인 3명이 바닷가로 오는 것을 알아챘다. 단순히 관광객이니 싶어서 시선을 돌려 계속 파도를 바라봤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어느새 그 3명이 내 주위에 다가왔다. 그 중 한 명은 50센치 정도 되는 쇠 꼬챙이 같은 걸 들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쇠 꼬챙이 들고 있던 인도인이 내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3 1이라는 상황, 비 오는 분위기, 인적 드문 곳, 다가오는 쇠 꼬챙이. 이 정도면 당시 필자가 느꼈던 감정이 느껴지리라 생각된다. 순간 지갑이고 카메라고 모두 털리는 줄 알았다. 다행히 그 3명은 인근 공사장에서 일하는 인부로 잠시 쉬러 온 것이라고 한다. 아무튼 이번 인도 여행에서 처음으로 겁을 집어 먹은 순간이었다



- 최남단 포인트를 향해 가는 길에 본 까마귀 - 

- 최남단 포인트에 있는 십자가 상, 남인도는 카톨릭의 흔적이 많았다.  -



2012/07/02 - [2012 인도 여행] - 03/15 인도 여행 반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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