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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2012 인도 여행

03/17 람메스와람에 도착해서

03/17 람메스와람에 도착해서

 

깐야꾸마리에서 출발한 기차는 정확하게 520분에 람메스와람에 도착했다. 역시 정확하기로 유명한 남인도 기차답다. 가끔 이렇게 인도 스럽지 않은 모습을 볼 때 마다 감동이다. 그리고 람메스와람역에서 봤던 일출도 그 만큼 감동이었다. 상황이 허락했다면 카메라라도 꺼냈겠지만 숙소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핸드폰 카메라로 참아야 했다.




- 람메스와람에서 본 일출 -

 

그래도 일출에 감동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깐야꾸마리에서 여유롭게 쉬었던게 정답이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짜증은 나지 않았다. , 새벽이지만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으니 짜증날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다음 상황은 조금 난감했다. 다음 목적지로 정한 마두라이까지 가는 기차편이 여의치 않은 것이다. 하다못해 SL 클래스라도 있다면 예약이라도 할텐데. 예약도 통하지 않는 2등석 기차만 있었다. 그것도 새벽 출발과 야간출발만 있다. 어떤 것을 타든 힘든 여정이 될 것은 명약관화. 그나마 새벽에 출발하는게 참새 눈물만큼 나으니까 그걸 타야겠다. 그럴려면 기차역 리타이너링 룸을 잡아야 하는데 잡을 수 있을꺼 모르겠다.

 

일단 역 사무실로 돌진해서 리타이너링 룸이 있는지 물어봤다. 안타깝게도 빈 방은 없다고 했다. 기차역 밖으로 사원 근처에 널려있는 숙소를 알아봐야 겠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때마침 힌두교 순례기간이여서, 빈 방이 하나도 없었다. 결국 숙소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바로 마두라이로 떠나기로 했다. 람메스와람은 힌두교 성지로서 성격이 강한 도시라 그렇게 미련이 남지 않았다. 마두라이로 가기로 결정했으니 바로 기차역에서 기차표를 알아봤다. 오후 530분에 마두라이로 출발하는 기차가 있다고 한다. 자유석이라서 자리 잡는 것이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타고 가야지.

 

문제는 기차표를 구한 다음부터였다. 람메스와람에 도착했던 시간은 새벽 6시 였다. 람메스와람에서 숙소 잡으러 돌아다니다가 다시 기차표를 구하고 나니 오전 10. 오후 5시 언저리까지 너무 시간이 많이 남았다. 처음에는 그냥 웨이팅 룸에서 샤워하고 책이나 읽으면서 시간을 때우려고 했다. 2 시간 정도는 창문 너머로 불어오는 산들 바람 덕분에 책장이 쉽게 넘어갔다. 그러다가 창문을 봤는데, 하늘빛이 너무 멋있었다. 파랗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남쪽의 하늘빛. 그 빛에 그만 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람메스와람의 볼거리 중에는 해안가도 포함되어 있다. 스리랑카까지 불과 20KM 정도 떨어진 해안가는 인도 라마 신화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기차역에서 시내 버스를 타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고, 오토 릭샤를 대절해서 가야 한다. 암튼 떠나기로 결정했으니 기차역을 나서야지. 버스를 타고 중간 지점까지만 갈지, 오토 릭샤를 대절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기차역을 나섰다.

 

하지만 웨이팅 룸에서 기차역 입구까지 걸어가면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계속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 있자 왠 타밀계 사람이 등장했다. 타밀계 사람치고 유창한 영어 였다. 스리랑카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도와주겠다고 한다. 자신은 사원을 보기 위해서 여기에 왔다나. 암튼 그 친구에게 사정을 설명하니, 바로 옆에 있는 릭샤 왈라에게서 가격을 알아왔다. 편도 250루피, 왕복 500루피. 아마 흥정한다고 해도 200, 400 루피 이하로는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다. 예상했던 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버스를 타기로 결정. 시내버스를 타러 움직였다. 그런데 이 친구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보통 친절한 사람이라면 그냥 버스 정류장이 어디에 있다고 알려주기만 한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까지 따라오는 이 친구의 행동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냥 친절이 지나친 사람인지, 사기꾼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해안가로 가는 버스를 타기 전에 확실히 판단을 해야 겠다고 생각 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기차역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만약 친절한 사람이라면 처음 만났던 기차역 입구에서 '바이바이'하고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사기꾼이라면 내가 가고자 하는 웨이팅 룸까지 올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면 그 친구는 웨이팅 룸까지 따라 들어왔다. 사기꾼이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런 확신이 서자, 그 친구가 하는 말에는 그냥 적당히 대답만 하고 말았다. 필자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짜이 값 10루피를 삥 뜯어서 자리를 떠나는 그 친구. 암튼 그렇게 사기꾼을 격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 생각하면 씁슬하기도 했다. 이런 일이 있다보니, 접근하는 사람들 모두를 일단 의심하고 보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혼자 다니는 여행이라면. 이것을 여행의 내공이라고 봐야 할지, 인간불신증이라고 봐야 할지.

 

암튼 숙소 문제와 사기꾼 덕분에 람메스와람은 인도 여행지 Worst TOP3에 확실하게 안착했다. 게다가 음식도 맛 없었다. 점심으로 먹었던 밀즈도 그렇고 기차역에서 마신 짜이도 그렇고.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여행지로서는 흥미가 참새 발톱만큼도 일지 않았다. 그나마 보고 싶었던 아담스 브리지도 사기꾼이 관심을 소거해 줬다. 고맙다. 결국 람메스와람에서 본 건 아침 일출이 전부다. 물론 좋았지만. 그리고 람메스와람 역사도 인상깊었다. 플랫폼이 무려 대리석이다었다. 지붕 덮힌 곳이면 몽땅 대리석이라 맨발도 다녀도 괜찮다. 의외로 돈 많은 동네인가.



- 기차 타고 가면 보이는 람메스와람 다리 - 



2012/07/02 - [2012 인도 여행] - 03/16 씨 뷰 호텔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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